어린 시절의 놀이 문화는 시대에 따라, 그리고 기술의 발전 정도에 따라 큰 변화를 겪어 왔다. 특히 최근 20~30년 사이에는 인터넷과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로 인해, 놀이의 형태가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디지털 중심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전통적으로 아이들은 집 근처 골목이나 운동장에서 뛰어놀거나, 친구들과 직접 만나 종이 인형을 만들고 역할 놀이를 하며 상상력을 키우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 아이들은 타블렛, 스마트폰, 컴퓨터 등을 통해 각종 게임과 온라인 영상을 즐기며 새로운 방식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단순히 놀이 도구의 변화를 넘어, 어린이들의 사고방식, 문화적 경험, 사회적 관계 맺기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놀이 방식은 동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뛰어놀고, 계절마다 바뀌는 놀이 종목을 즐기는 것이었다. 봄에는 고무줄놀이나 공기놀이, 가을에는 연을 날리거나 씨름을 하는 식으로 놀이 환경이 비교적 계절이나 지역 커뮤니티에 따라 달라졌다. 이때 어른들은 대개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역할 정도를 맡았으며, 아이들 스스로 놀이 문화를 주도했고 자율적으로 놀이 규칙을 만들어 갔다.
하지만 디지털 매체가 가정과 학교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아이들의 놀이는 점차 ‘제작된 콘텐츠’를 사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즉, 야외에서 몸을 부딪혀가며 노는 자발적 놀이에서, 누군가 만들어 놓은 온라인 게임, 애플리케이션, 영상 등을 시청·체험하는 것으로 문화의 초점이 이동한 것이다. 물론 이는 아이들에게 단순히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정보 탐색의 기회를 열어 주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백과사전에서 찾아보아야 했을 지식이나, 특정 장르의 체험형 놀이, 예술적 콘텐츠를 훨씬 더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직접 뛰어놀 때 느끼던 감각적 자극이나 또래와의 상호작용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대두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어린이들이 접하게 된 놀이는 단순한 ‘게임’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튜브, 스트리밍 플랫폼, 각종 웹사이트 등에서 무궁무진한 정보와 이야기를 접하고, SNS나 메신저를 통해 서로 교류하면서 놀기도 한다. 이러한 온라인 놀이 환경은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세계 여러 나라 친구들과 교류할 기회를 제공하며, 영어·중국어 등 여러 언어권의 친구들과도 게임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게 했다. 특정 게임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들은 세계 유저들과 함께 길드나 클랜을 꾸리고 협업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는 곧 아이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사회성’을 제공한다. 과거에 상상하기 어려웠던 멀리 떨어진 사람들과의 협동과 경쟁, 그리고 광범위한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한 것이다. 문제 해결 능력, 즉각적인 의사소통 능력, 일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적 사고 등은 디지털 놀이에서 아이들이 상당히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는 역량이라 평가된다. 나아가 영상 편집이나 그래픽 툴, 코딩 교육 등도 놀이처럼 접근함으로써 미래 직업 환경에 필요한 다양한 기술적 역량을 미리 습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동시에 중요한 과제도 존재한다. 우선, 지나친 디지털 의존도로 인해 운동 부족, 시력 저하, 주의집중력 감소 등의 문제를 겪는 어린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스마트폰에 과도하게 노출된 아이들은 오랜 시간 집중하거나 책을 읽기 어려워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게다가 무분별한 콘텐츠 소비로 인해 자극적인 소재나 광고에 노출되기 쉬워, 어릴 때부터 폭력적·선정적 장면을 접하는 일이 잦아질 우려도 있다. 부모와 교육자들은 올바른 정보 선별 능력을 길러 주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아이와 대화하고 함께 활동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놀이 문화가 전면적으로 온라인으로 옮겨 가는 것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오프라인과 디지털을 융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놀이가 주목받고 있다. 예를 들어,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하여 실제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함께 보물찾기 게임을 하되,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힌트나 아이템을 수집하도록 설계된 콘텐츠가 출시되기도 했다. 이렇게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넘나드는 경험은 아이들에게 ‘게임 같지 않은 게임’을 선사하며, 단순히 집 안에서 화면만 보고 노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걷고 움직이고 탐색하도록 유도한다.
이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여전히 전통 놀이에도 관심이 있다. 다만 그 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예컨대 ‘종이 인형’을 실제로 오려 붙이는 대신, 디지털 기기에서 캐릭터를 만들고 옷을 갈아입히는 형태로 즐긴다거나, ‘역할 놀이’를 온라인 화상 채팅에서 해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이처럼 과거와 달리 ‘함께 모이는 공간’이 실제 물리 공간이 아니라, 온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달라진 부분이다. 그 결과, 아이들은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전국 각지 혹은 전 세계의 또래와 놀이 문화를 공유하게 되며, 그 자체가 새로운 인맥과 경험을 만들어 준다.
디지털 시대에 부모와 교사의 역할은 ‘통제자’에서 ‘가이드’ 혹은 ‘코디네이터’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과거에는 “텔레비전 보지 마라”, “오락실에 가지 마라” 정도의 통제를 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무수히 많은 게임, 앱,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어떤 것을 허용하고, 어느 정도 시간을 부여해야 하는지가 더욱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특히 스마트폰은 아이들의 이동경로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사용 시간이나 콘텐츠 종류를 적절히 제한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다.
여기에 더해, 아이들이 온라인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정보를 습득하는지를 세심하게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 부모·교사는 아이들의 흥미를 존중하되, 그 흥미가 실제 학습이나 정서적 발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안내하는 ‘메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예컨대 아이가 뮤지컬 영상을 반복해서 본다면, 이를 무조건 제지하기보다는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뮤지컬 관련 체험 활동을 해보도록 연결할 수도 있다. 혹은 특정 게임의 코스프레나 팬아트에 몰두한다면, 이를 자연스럽게 미술 교육이나 문화예술 체험으로 발전시키는 식이다.
아이들에게 온라인 게임이나 창작 툴은 일상적이면서도, 동시에 매우 자유로운 창작의 장을 제공한다. 특정 게임의 스킨을 꾸민다거나, 2D·3D 캐릭터를 만들어 공유하는 활동은 아이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디자인 감각’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일부 게임은 사실상 ‘플랫폼’의 역할을 하여, 사용자가 직접 맵을 만들고 새로운 규칙을 설정하며 다른 유저와 협력해 세상을 구축하도록 한다. 이러한 협업형 콘텐츠는 기존의 전통 놀이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웠던 글로벌 협업, 창작의 재미를 경험하게 해 준다.
SNS 문화 또한 단순한 소비 차원을 넘어, 아이들이 직접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고 편집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장이 되고 있다. 특히 1인 미디어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아이들도 유튜브나 틱톡 등을 통해 자신만의 놀이 영상을 올리고 친구들·시청자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재미로 하는 장난 영상’ 같을 수 있지만, 아이들은 영상 기획, 촬영, 편집, 업로드, 피드백 분석이라는 전 과정을 수행하면서 이미 디지털 문해력과 표현력을 키우는 셈이다.
어린 시절의 놀이 문화는 또래 관계 형성과 정체성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융합된 시대에는 친구들과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어도 함께 놀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가령 SNS 메신저나 게임 내 음성 채팅을 통해 서로의 근황을 나누고, 협동 게임을 하며 동료 의식을 쌓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이들은 속한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인식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물론 온라인 놀이에서 생기는 갈등이나 따돌림도 존재한다. 가령 게임 속 아이템을 뺏기거나, 특정 집단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이럴 때 어른들은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왕따 문제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안에서도 아이들이 아픔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적절히 중재하거나 지지해 줄 필요가 있다. 키보드 뒤에 있다고 해서 책임감 없이 언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 그리고 감정적인 상처가 실제 생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일깨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이들이 디지털 콘텐츠를 폭넓게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문화 콘텐츠 산업도 이에 발맞춰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존의 애니메이션, 완구, 캐릭터 상품뿐 아니라, 온라인 게임과 앱, 웹툰, 메타버스 플랫폼 등이 어린이들을 주요 소비자로 삼고 다양한 콘셉트의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한다. 특히, 온라인 장터나 앱 마켓 등을 통해 다운로드형 게임과 교육용 애플리케이션, 스티커·캐릭터 이모티콘 등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다양한 과금 모델을 갖춘 채 운영된다.
제작사들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안전한 환경 조성”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광고성 요소가 다분하거나 과도한 결제 유도가 일어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나라에서 아동용 온라인 광고나 결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콘텐츠 등급 분류를 더욱 엄격히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 사회의 핵심 인구인 어린이들이 온라인에서 더 건강하고 창의적인 문화를 경험하도록 제도적·산업적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전 세대의 아이들은 오늘날 스마트폰 게임이나 메타버스 플랫폼 대신, 플래시 기반의 간단한 웹게임을 많이 즐겼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실사 그래픽이나 복잡한 시스템을 갖추진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직관적이고 단순한 재미가 있었다. 예컨대 드레스업(옷 갈아입히기) 게임이나 간단한 쿠킹 게임이 큰 인기를 얻었고, 그중에서도 슈의 미용실 같은 콘텐츠를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이 게임은 간단한 마우스 조작과 함께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연출하는 ‘미용실 놀이’ 콘셉트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래픽이 화려하진 않았지만, 암기력·순발력 등을 요하는 구조라서 은근히 난이도가 높았다는 추억담이 인터넷 곳곳에 남아 있다. 특히 지금의 20~30대가 어린 시절 플래시 게임으로 접했던 추억은 ‘디지털 원형’으로서 일종의 향수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며, 시대가 바뀌어도 계속 회자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늘날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보내는 시간은 놀이뿐 아니라 학습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인터넷 강의, 화상 수업, 그리고 앱을 통한 자기주도학습 등은 이미 코로나19 전후로 널리 퍼져 있는 학습 방식 중 하나다. 디지털 기기를 통해 손쉽게 학습 자료를 구하고, 퀴즈 풀이나 게임화(gamification)된 학습 과정을 거치며, 공부를 ‘놀이처럼’ 접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학원이나 과외 선생님에게 직접 배워야 했던 부분을, 이제는 게임·앱의 형식으로 구현된 학습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학습을 위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는 것과 ‘디지털 과의존’은 다르다는 것이다. 아이가 장기적으로 공부나 특정 기술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되려면, 올바른 콘텐츠 선별은 물론,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집중하는 습관도 길러져야 한다. 부모나 교사가 단순히 스마트폰을 “학습용 앱을 깔아 줄 테니 마음껏 써도 돼”라는 식으로 방임하면, 아이는 학습 대신 다른 오락 콘텐츠에 빠질 수 있다. 결국 올바른 인프라와 가이드라인, 그리고 꾸준한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10. 디지털 시대 어린이 놀이 문화의 전망
앞으로는 가상현실(VR), 혼합현실(MR) 등 새로운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아이들이 접하게 될 놀이 세계가 더욱 다채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해외에서는 VR 기기를 착용한 아이들이 실제 방 안을 돌아다니며 가상의 적과 싸우거나, 미술 작품을 ‘공간에 그리듯’ 표현하는 콘텐츠가 등장했다. 또,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오프라인 학교의 한계를 보완하고, 전 세계 아이들을 하나의 게임·학습 공간에 불러모으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미래 놀이’가 과연 모든 아이들에게 평등하게 제공될지는 별개의 문제다. 디지털 기기나 인터넷 환경에 대한 접근성이 가정 형편이나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부 아이들은 다양한 온라인·오프라인 융합 콘텐츠를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곧 새로운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나 사회가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
적절한 시간 관리
하루에 몇 시간, 어떤 콘텐츠에 집중할지 아이와 상의하여 정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빡빡한 제한보다는, 스스로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좋다.
콘텐츠 필터링과 대화
아이가 어떤 게임, 어떤 영상을 보는지를 파악하고, 필요하다면 필터링 혹은 부모 모드(Parental Control) 기능을 활용하자. 동시에, “이 게임의 어느 점이 재밌니?”, “이 영상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어?” 등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며 상호작용하는 것이 좋다.
오프라인 활동 병행
디지털 놀이가 주는 창의성, 정보성 장점은 물론 존중하되, 야외 활동이나 지역 문화 행사, 체육 활동 등 오프라인 경험 역시 놓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함께하는 디지털 놀이
부모가 직접 아이와 게임을 같이 해보고, 그 안에서 배울 점을 찾아본다. 게임 속에서 요구되는 문제 해결 능력이나 팀워크, 그리고 디지털 에티켓 등을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안전 교육
사이버 괴롭힘, 개인정보 보호, 유해 사이트 접근 방지 등 디지털 공간에서의 위험 요소를 미리 교육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현실 세계처럼 온라인 세계에도 규칙과 예절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자.
디지털 시대 어린이 놀이 문화의 긍정적인 요소를 살리고 부정적인 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개인(부모·교사)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 국가 차원의 콘텐츠 등급 제도와 광고·결제 제한, 그리고 교육 현장에서의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교육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동영상 플랫폼에서 특정 유형의 광고를 엄격히 금지하거나, 어린이용 커뮤니티에는 성인 콘텐츠 게시를 막는 필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식이다.
또한 학교에서도 ‘디지털 생활’ 과목 등을 통해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윤리적·실천적 문제를 토론해 보고, 올바르게 대처하는 방법을 미리 배울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이미 일부 국가에서는 유·초등 과정에서 ‘프로그래밍 교육’뿐 아니라, SNS 리터러시, 디지털 에티켓, 사이버 범죄 예방 등에 관한 커리큘럼을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연계해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디지털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감독해야 한다.
부모 세대, 조부모 세대가 어린 시절에 즐겼던 놀이는 지금 아이들이 접하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하지만 그 차이가 곧 소통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놀이 문화를 이야기 소재로 삼아 “우리 땐 이랬는데, 너흰 지금 이런 걸 하는구나” 하며 세대 간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과거 골목길에서 즐겼던 ‘술래잡기’나 ‘말뚝박기’의 스릴과 재미를 설명해 주고, 현재 아이들이 게임으로 느끼는 흥분과 도전 의식이 어떤 식으로 비슷한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플래시 게임들을 “추억의 게임”으로 소개하는 기사나 블로그가 요즘에도 꾸준히 등장하는 것을 보면, 디지털 문화 역시 시간이 흐르면 새로운 ‘전통 놀이’처럼 향수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 시대의 어린이들은 과거 어느 세대보다 풍부한 정보와 놀이 기회를 누리고 있다. 동시에 ‘아날로그적 경험’을 상대적으로 덜 누릴 수도 있으며, 온라인의 무한한 정보 속에서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측면을 어떻게 조화롭게 살려낼 것인지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큰 도전이다. 부모, 교사, 정책 입안자들은 아이들이 온전한 놀이 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안전장치’와 ‘발전 가능성’을 모두 마련해 주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창의성을 발현하고, 멀리 있는 친구들과 교류하며, 글로벌 문화를 일찍부터 체득할 수 있는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다만, 이 장점을 누리면서도 부작용과 그늘을 최소화하려면, 결제·광고 유도 문제나 유해 콘텐츠 노출에 관한 제도적 보완, 적극적인 부모·교사의 관심, 그리고 아이들과의 꾸준한 소통이 필수다. 과거에도 세대마다 새로운 놀이 문화가 등장하고,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규제하느냐에 따라 큰 논란이 있어 왔다. 그러나 역사를 돌아보면, 늘 ‘새로운 놀이’를 적절하게 받아들이고 발전시킨 사회가 문화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아이들의 잠재력도 키웠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결국, 놀이 문화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아이들이 꿈을 키우고 미래를 대비하는 중요한 ‘사회적 공간’이다. 디지털 시대가 촉발한 놀이 혁명은 아직 진행형이며, 우리는 이 과정을 지혜롭게 안내하고 보완함으로써 아이들에게 더 넓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